저녁시간의 그 곳은, 가슴이 답답해질 만큼, 온 몸이 붕대로 꽉 둘러져 있는 것만큼 꽉 차있게 느껴진다. 아주 높은 밀도 속에 갇힌 나.
여름이 와서 더워진 공기의 푹푹 찌는 무거움과 언제나 시끄러운 영양가 없는 대화들과 빨리 떠나고 싶어하는 나의 조급함.
이와는 대조적으로,
새벽 늦게까지 컴퓨터를 하는 동갑 사촌도 침대 속으로 들어갈 시간인 새벽 4시 이후의 그 곳은,
창문으로 새벽 바람이 들어와 시원하고, 살짝 켜진 노오란 백열등의 불빛도 마음을 어루만지고, 모두들 잠이 들어 고요하고,
이따금 태어난지 얼마 안된 새끼강아지들의 옹알이가 들리고, 또 아주 넓고 자유롭다. 그리고 외롭다. 아주 외롭다.
요근래 이틀 동안 경험했던 해 뜰때까지의 1시간 반 남짓한 그 시간이 좋아, 냉커피를 타먹고 쇼파에 배를 깔고 누워 책을 읽곤 했다.
그러다가 푸른 새벽이 걷어지고 붉으스름한 빛이 들때면, 나는 나의 침대로 향한다. 절대로 편하지 않은 나의 잠자리로.
쇼파에서 잠들고 싶다.
오늘은 비가오려고, 날씨가 흐렸다. 호주의 여름답지 않게 습도가 높아 어렸을 적에 종종 던지고 놀던 끈적끈적한 손에 묻지 않는 액체같은 것이 천장 벽에 달라 붙어있던 것 처럼, 싫은 공기가 내 피부에 오늘 오전부터 내내 붙어있었다.
비가 오기 전에 황급히 빨래를 걷었다. 결국 막바지에는 비가 왔지만, 나는 일부러 그 비를 맞았다. 시원하니까.
여름에도 항상 손 발이 찬 다한증이 있는 나의 손과 발이 오늘은 따뜻하다. 따뜻하니까 이상하다.
빨래를 걷으러 나가는 도중에 방충망이 있는 겉 문만 빼고 안 쪽의 문만 열어 두었던 뒷마당과 연결된 다용동실의 문을 열기전에 잠깐 멈칫했다.
그 방충망에 파리 두마리가 붙어있었다. 내가 그 겉문마져 여니, 기다렸다는 듯이 밖으로 날아가는 그 두마리의 파리. 나 같았어.
나는 아직도 방충망에 붙어있다, 하늘을 보면서. 언젠가는 그 문이 열려 밖으로 나가, 다른 곳으로 가길 원하면서.
시험이 끝나지도 않은 시기에 이미 공부에 손을 뗀 나는, 올해의 일기를 읽어보았다. 6월의 나는, 참, 다르다. 좋은 의미의 다름.
오히려 지금의 내가 그 시기의 나보다 뒷걸음질 하고 있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뒤를 보면서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부터, 뭐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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