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하늘이 가시고 있다. 며칠 째 그의 눈에는 청 푸른 하늘과 주황빛 햇살이 비치지 않았다. 하나 둘씩 사람들의 머리 위 덮개는 사라져가고 그는 눈을 감았다. 푹 눌러 쓴 모자로 인해 고개를 들어야 제대로 하늘을 볼 수 있는 그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터벅터벅,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걷는다. 옆으로는 초등학교가, 그리고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며 아이들이 정문을 나오고 있다. ‘세시 좀 지났나 보군,’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는 삼삼오오 모여있는 아이들의 곁을 그저 지나간다. 서로 장난을 치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영상은 그에겐 그저 사치다.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저 걸을 뿐이다. 촉촉한 여름 공기 속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그는 주위를 한 번 쓱 둘러보곤 자신이 빵집 옆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곳은 아주 밝았으며, 노릇노릇하게 구어 진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는 무심코 문을 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특유의 단 냄새의 주인공은 마늘 바게트였다. 2700원, 그는 잠시 고민했다.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주위의 사람들이 물에 빠진 생쥐마냥 젖어있는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발걸음을 문 밖으로 돌렸다. 자동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자, 입구 옆에 놓여져 있는 촌스러운 에메랄드 색의 우산 통이 보였다. 그곳에는 여러가지 종류의 우산이 꽂혀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가게 안 카페에 있던 손님들의 것일 것이다. 그들은 맑게 갠 날씨에 비가 왔다는 것을 이미 잊었다. 잠시 그 생각을 하며 멍하니 서 있는 그의 걸음을 재촉하게 하는 사람들의 눈초리는 이리 말하고 있다. ‘거지 같은 게 구걸하러 왔나 보군’, ‘딱한 사람’ 그들은 아무도 모른다. 그의 주머니 속에는 그들이 사간 만큼의 빵 양을 살 수 있는 돈이 있으며, 딱한 사람이 아니며, 더욱이 거지는 아니라는 것을. 그는 그저 다시 터벅터벅 길을 걸을 뿐이다. 잠시 멈춘 그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검푸른 하늘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파란 하늘 만이 그 자리를 지키며, 계속 그곳에 있었다는 듯이 존재할 뿐이다. 그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하늘은 잊었나, 그의 축축했던 눈가를 하늘은 잊었나, 그의 쉴 새 없던 눈물을 하늘은 잊었나, 그의 어두웠던 나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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